새샘(淸泉)
생식세포 선별은 식물의 숙명이다 본문
생식기관을 형성하는 방식에서 동물과 식물이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동물은 배胚 발생發生 embryognenesis, 즉 수정란이 세포분열과 분화를 거쳐 다세포 개체의 기본적인 몸 구조와 조직을 형성하는 과정이 끝나면 생애 동안 유지될 모든 기관이 형성됩니다.
그 모든 기관 안에는 생식기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동물은 배 발생이 완료된 시점에 정자나 난자와 같은 '배우체 세포 gametophyte cell'를 잘 보호된 생식기관 속에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후 개체가 성숙할 때까지 생식세포를 손상 없이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반면 식물의 생식관인 꽃은 성체가 된 이후에야 만들어집니다.
이 점이 식물과 동물의 중요한 차이를 가져옵니다.
식물 세포는 성장 과정에서 자외선 UV light이나 여러 돌연변이 유발 요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됩니다.
따라서 식물은 이미 돌연변이가 축적된 세포들 가운데서 생식세포를 만들어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식물은 철저히 보호된 생식기관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꽃이라는 생식기관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유전적 손상이 다음 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진화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지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동물에는 없는 식물 고유의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배체二倍體 diploid' 생물에 대해 설명해야 되겠네요.
세균과 같은 원시적 형태의 미생물과 달리 고등동식물은 모든 유전자를 쌍雙으로 가지게끔 진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언어 유전자로 유명한 FOXP2를 사람들은 2개씩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엄마에게서, 다른 하나는 아빠에게서 받은 것입니다.
FOXP2 유전자뿐만 아니라 사람은 모든 유전자를 쌍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 유전체 genome로 46개의 염색체 chromosome를 가지는데, 그중 23개는 어머니로부터, 나머지 23개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즉, 부모에게서 각각 한 벌씩의 동일한 유전정보를 받아 두 벌의 염색체를 가지므로 '이배체'라 합니다.
고등동식물 대부분은 이러한 이배체 구조를 지니고 있지요.
고등동식물에서 이배체가 일반적인 데는 진화적 이유가 있습니다.
생존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치명적 돌연변이로부터 살아남기 위함입니다.
중요한 유전자에 돌연변이에 생겨 손상되더라도 쌍을 이루는 다른 유전자가 정상이라면 개체는 치명적인 영향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등동식물은 생활사 대부분을 이배체 상태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일부 원시적인 동식물은 생활사 중 일정 시기에 '반수체半數體 haploid' 상태로 살아갑니다.
이 반수체 시기에 세포분열을 통해 생장하는 동안 치명적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면 그 세포는 죽게 되죠.
결과적으로 유해한 돌연변이를 지닌 반수체 세포는 세포분열 도중 퇴화하여 소멸하고, 정세포나 난자 형성에 참여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수체 불량 검증 haploid selection'라고 부릅니다.
식물은 생활사 중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반수체 조직을 형성하며, 이 시기에 잠재적 돌연변이 세포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즉 식물이 정세포 sperm cell나 알세포 egg cell와 같은 생식세포를 생산할 때 반수체 상태의 다세포 조직인 배우체 세포를 만드게 되는데 이때 '반수체 불량 검증 haploidinsufficiency test'이 진행되게 됩니다.
이 과정에 해로운 돌연변이를 가진 반수체 세포들이 죽어 없어지므로 건강한 배우체 세포만이 정자나 난자를 생성하는데 참여하게 되지요.
정리하면, 식물은 생식세포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세포들을 반수체 불량 검증을 통해 '검증'하는 숙명을 안고 있는 것이죠.
식물의 생식기관은 환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돌연변이원 mutagens에 노출되었던 조직의 세포들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반수체 불량 검증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입니다.
돌연변이가 일어나 손상된 유전자를 자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식물은 필연적으로 반수체와 이배체의 생활사를 모두 유지해야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반수체 생활사를 진화 과정에서 완전히 잃어버린 고등동물과 반수체 생활사를 유지하고 있는 식물은 숙명적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1. 이일하 저, 식물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초봄책방, 2026).
2. 구글 관련 자료
2026. 8. 10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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