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2007. 3/4 425차 고양 삼각산 숨은벽능선 산행기 본문

산행트레킹기

2007. 3/4 425차 고양 삼각산 숨은벽능선 산행기

새샘 2007. 3. 5. 18:03

산행로: 밤골매표소-숨은벽-백운산장-하루재-백운대매표소(도선사)-도선사입구버스정류장(7.5km, 4시간20분)

 

산케들: 장만옥, 이병호, 김일상, 방효근, 박성주(5명)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어두침침한 하늘의 아침.

집을 나설 때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세게 분다고 그랬어요 티브이에서. 조심해요”라는 아내의 말이 예전에는 그냥 흘러버리곤 했었는데 오늘따라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긴장해야지 하고 맘먹는다.


(9:40)구파발역에서 34번 시외버스를 타고 사기막골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모두들 초행길이라 등산로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같이 내린 산행객에게 물으니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면 밤골매표소 입구가 나온단다. 입구에 북한산 굿당 국사당이란 간판이 서있다. 한 정거장 못 미친 효자2동에서 내리는 것이 더 가까웠는데.... 조금 들어가니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두 장승이 나란히 서 있는 국사당 굿당이 나왔고 바로 인적없는 밤골매표소가 보인다.

 

(9:45)매표소에서 백운대로 오르는 길은 두 갈래. 왼쪽의 사기막통제소 쪽으로 가야 숨은벽으로 오른다는 지산의 말에 따라 본격적인 숨은벽능선 산행 시작. 여기서 백운대까지는 3.5km로 2시간 거리다.

 

(10:20)숨은벽능선이 시작되는 곳인 듯하다. 숨은벽능선은 사기막매표소에서도 연결되므로 사기막능선이라고도 불린다. 저 멀리 오늘 산행의 목표인 숨은벽과 인수봉, 그리고 백운대가 보인다. 봉우리 끝은 구름에 약간 가려 있기는 하지만 멋있는 자태는 뚜렷하다. 숨은벽능선은 백운대 북쪽에서 백운대로 오를 때만 보이고 다른 방향에서는 보이지 않게 숨어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 그래서 다른 삼각산 산행때는 볼 수 없었던 숨은벽과 인수봉의 수려한 풍광을 확실히 감상할 수 있다.

 

이곳까지의 등산로는 다른 산과는 약간 달리 소나무가 대표 나무이다. 등산길은 떨어진 솔잎의 낙엽으로 폭신하다.

 

길 양 옆으로는 철쭉과 진달래가 늘어서 있다. 3월이면 이 산행로는 진달래꽃과 철쭉꽃으로 분홍빛으로 채색되리라. 꽃몽오리를 막 피우기 시작한 진달래 한 그루가 번뜩 눈에 들어 온다. 금년 들어 첨 보는 진달래꽃이다.

 

리기다소나무, 신갈나무, 노간주나무, 물오리나무, 산초나무도 보인다.

가지에 가시가 달린 나무로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작은키의 산나무가 산초나무다. 잎은 향이 좋아 추어탕에 넣어 먹는다. 경상도지방의 추어탕에는 방아(배초향) 잎을 넣지만 말이다.

 

(산초나무 줄기-가시가 자뭇 날카롭다)

 

(10:50)이제 인수봉(왼쪽), 숨은벽(가운데), 백운대(오른쪽)가 바로 눈 앞에 있다. 가운데의 숨은벽능선을 타야만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를 지날 수 있다. 눈으로 보기엔 아찔하지만 가파른 암벽을 타지는 않는 것이리.

 

산행로의 나무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소나무는 별로 없는 대신 다른 산행로와 비슷하게 신갈나무.

휴식을 취하면서 백운대와 반대방향으로 펼쳐저 있는 상장능선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상장능선을 배경으로 한 경암, 혜운, 포드, 지산-왼쪽부터)

 

(11:05)10분쯤부터 굵어진 빗방울에 모두들 비옷으로 무장하고 눈앞의 세봉우리를 배경으로 레인코트 패션으로 추억을 남겼다. 근데 사진 찍는 순간에 비구름으로 봉우리가 없어져 버렸다.

 

(비구름에 아련한 숨은벽능선을 배경으로-왼쪽부터 경암 새샘 지산 포드, 혜운은 다음 사진에) 

 

(12:00)1시간에 걸친 깎아지른 숨은벽을 가로 질러 올라간 끝에 정오에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좁은 바위틈을 통과했다. 산행 시작 2시간20분 만이다. 비는 그다지 많이 오진 않았지만 세찬 바람과 미끄러운 바위 땜에 힘든 산행이었다.

 

 

오후에는 비와 바람이 더욱 거세진다는 일기예보 탓에 우리 산케들은 원래 예정코스인 대동문-칼바위능선-정능 대신 도선사 쪽으로 바로 내려 가기로 합의. 인수봉을 배경으로 지나가는 산행객에게 부탁하여 다섯산케가 함께 찍은 사진인데 봉우리는 비구름으로 가려 버렸다.

 

(안개에 묻혀버린 인수봉을 배경으로-왼쪽부터 빨강 포드, 파랑 혜운, 검정 지산, 연두 경암, 보라 새샘의 레인코트가 이채롭다)

 

(12:15)비는 꾸준히 내리는 가운데 백운산장에 도착. 족도리봉이 바로 눈앞이다.

 

산장안으로 들어간 우린 따뜻한 국물을 위해 사발라면을 시키고, 보름날을 맞아 경암회장이 갖고 온 오곡밥과 나물, 제육볶음을 안주로 혜운이 준비한 C1소주로 지금까지의 피로를 풀었다.

백운산장에는 백운대를 찾다가 고인이 된 산행인의 넋을 위로하는 ‘백운의 혼’이 서 있었다. 산장 을 떠나지 전 기념탑과 족도리봉을 같이 사진에 담았다.

 

(1:15)1시간 정도의 휴식을 취한 후 도선사를 향해서 하산시작. 하산길은 신갈나무와 당단풍나무로 이어져 있는 계곡길이어서 방금 내린 비로 흘러내리는 계곡수 소리가 맑고 청량하다. 당단풍잎은 한겨울을 지나면서도 낙엽으로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인수봉을 조망하기에 좋은 위치에 인수봉 안내판과 사진이 걸려 있다. 인수봉은 백제의 시조인 온조왕이 형 비류와 함께 오른 후 도읍을 정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인수봉 정상은 비록 비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안내판에 사진이 소개되어 있어 보이지 않는 봉우리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구름에 가려진 인수봉)

 

(안내판의 인수봉 사진)

 

(1:25)하루재를 지나면서 장포드가 저번 슈맑과 박봉희와 함께 상장능선을 타면서 영봉(604)을 거쳐 하루재로 내려왔다고 소개해준다. 영봉에는 인수봉 암벽타다가 숨진 클라이머의 혼을 기리는 비석들이 인수봉을 향하여 많이 세워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靈峯이리라.

 

(하루재에서 쳐다 본 영봉)

 

(하루재)

 

(1:40)하루재에서 백운대매표소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신갈나무 외에도 물푸레나무, 쪽동백나무, 산벚나무, 개옻나무, 산뽕나무, 산딸나무, 함박꽃나무도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별난 것은 산개나리 자생지. 산개나리꽃을 실제로 보지 못했지만 개나리꽃과 거의 비슷하며 꽃색깔이 개나리보다 연한 노란색이란다. 산개나리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인공적인 나무심기나 꺾꽂이로만 번식할 수 있는 도시의 개나리와는 달리 스스로 열매를 맺어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어서 더욱 귀중한 나무로 인식되고 있다. 관악산에도 자생지가 있다.

 

(산개나리 자생지의 산개나리 줄기와 가지들)

 

(인터넷에서 찾은 산개나리꽃)

 

(1:50)국립공원 무료화 이후 탐방지원센터로 이름을 바꾼 백운대매표소와 광장에 우뚝 서 있는 도선사 불상에 도착. 여기서부터 도선사입구의 버스정류장까지의 길은 왼쪽에 우이동계곡, 오른쪽에는 진달래능선이다. 이 길에는 요즘 도시나 산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오리나무가 제법 많다. 오리나무는 한겨울을 지나면서도 길게 늘어뜨린 열매를 달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길가 5리마다 심어 이정표로 삼았다고 해서 오리나무라고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오리나무 열매)

 

(2:20)우이동계곡은 내린 비로 물이 제법 흘러내려 폭포(?)도 볼 수 있었다. 버스로 길음역까지 가서 5명의 산케들은 오늘의 무사산행을 기뻐하면서 시원한 호프로 자축하였다. 충분한 여유를 갖고서 뒤풀이를 하고 나온 후에도 봄비는 여전히 땅을 적시고 있었다.


2007. 3. 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