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지금 태극기는 음양 조화가 깨져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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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태극기는 음양 조화가 깨져 있다

새샘 2009. 8. 25. 23:33

태극太極이란 자연의 질서 그 자체로 무한한 공간과 영원한 시간을 뜻하며, 낮과 밤, 여름과 겨울, 남성과 여성, 삶과 죽음 등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상대적 요소 음陰과 양陽이 원만한 조화를 이루며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상징한다.

 

이렇게 볼 때 음과 양이 가장 그릇된 예는 바로 우리의 태극기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가므로 태극은 상하가 아니라 좌우로 나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은 아래로 음은 위로 진행해야 맞는다. 자연상태에서는 양이 위고 음이 아래다. 하지만 사람은 생명의 뜨거운 기운이 배꼽 아래 단전에 모이고, 맑고 차가운 음의 기운은 머리 위로 솟구쳐야만 조화로운 건강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태극기는 좌우가 아닌 상하로 나뉘어 있으며, 빨강 즉 양이 위, 파랑 즉 음이 아래다. 마치 휴전선으로 분리되어 오갈 수 없는 조국의 분단 현실처럼....이런 관점에서 대한항공 심벌마크인 가운데가 뜯겨진 태극은 태극의 이치를 전혀 모르고 단순 디자인된 것임에 틀림없다.

 

양이 위에 있고 음이 아래 있으면 태극은 정체되어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양이 아래, 음이 위에 있어야만 제자리를 찾으려는 추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경복궁의 왕비 침전인 교태전交泰殿은 음양이 사귀어 훌륭한 왕자를 보라는 깊은 뜻에서 건물에 용마루를 두지 않았는데, 위가 음이고 아래가 양으로 음양이 잘 조화된 태평한 상태를 상한다.

 

이렇게 본다면 구한말 주미전권공사였던 박정양朴定陽(1841~1904)이 미국에 두고온 태극기(1884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존 태극기 가운데 가장 오래됨)가 바로 태극의 상징을 옳게 그려내고 있지 않은가! 모양도 올바르지만 큼직한 태극과 네 괘의 배열이 지금 국기보다 조형적으로도 훨씬 아름답다.

 

 

이 글은 고 외우 오주석 선생이 지은 <그림속에 노닐다>(2008, 솔)에 실린 글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2009. 8. 2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