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신비한 생식능력을 가진 도마뱀붙이 이야기 본문
스파이더맨처럼 벽과 천장에 붙어 기어오를 수 있는 도마뱀붙이(위 사진)의 하나인 레피도닥틸루스 루구브리스(Lepidodactylus lugubris)는 필리핀, 호주 및 태평양의 여러 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작은 도마뱀붙이는 이따금 태풍에 휩쓸려 날아가서 무인도에 떨어진다고 한다. 수컷이 그렇게 되는 경우에는 그 뒤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암컷이 그렇게 되는 경우에는 아직 어떤 과학자도 설명해 내지 못한 기이한 적응이 이루어진다.
레피도닥틸루스 루구브리스는 유성생식(sexual reproduction)을 하는 동물, 즉 암수의 결합에 의해 새로운 개체를 낳는 동물이다. 하지만 섬에 홀로 떨어진 암컷에게는 이내 생식방법의 변화가 일어난다. 온 유기체가 변하여 혼자서 알을 낳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알들은 수정란은 아니지만 부화하여 새끼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정자없이 알이 부화되는 무성생식(asexual reproduction)의 일종인 단위생식(단성생식, 처녀생식, Parthenogenesis)을 통해 생겨난 새끼들은 모두 암컷이다. 이 암컷들 역시 수컷의 정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알을 낳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더더욱 놀라운 일은 최초의 어미에게서 나온 암컷들이 모두 유전자가 동일한 클론(clone, 복제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치 짝짓기에서처럼 유전자의 혼합을 통해 새끼 도마뱀붙이들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갖게 하는 감수분열(meiosis)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몇 해 뒤 태평양의 무인도에는 오로지 암컷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아주 정상적이고 다양하며 수컷이 전혀 없어도 번식을 할 수 있는 도마뱀붙이의 군집이 형성된다.
이렇게 지구상의 자연생태계에는 아직도 과학으로 풀지 못하고 있는 신비한 세계가 많이 존재한다.
이 글은 <개미>의 작가 프랑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신작 <신4> (이세욱 옮김, 2009, 열린책들)에 실린 글을 중심으로 작성된 것이다.
2009. 8. 16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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