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잘못된 과학상식-사마귀는 짝짓기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 본문
어떤 실험에서는 관찰자가 관찰대상의 조건을 변화시켜 완전히 왜곡된 정보를 얻어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마귀에 대한 실험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통설에 따르면 사마귀의 암컷은 짝짓기가 끝난 뒤에 수컷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이 잔인한 짝짓기는 학자들의 환상을 부채질했고, 그 결과 사마귀를 둘러싼 생물학적이고도 정신분석학적 신화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 속설의 배후에는 사마귀의 행동에 대한 그릇된 해석이 자리하고 있다.
사마귀의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것은 자연상태에 놓여 있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암컷은 교미가 끝나면 원기를 회복하고 알을 낳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얻기 위해 주위에 있는 먹이를 닥치는 대로 삼킨다.
그런데 이 사마귀들이 관찰용 유리상자에 갇혀서 짝짓기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교미가 끝나자마자 암컷은 먹이를 찾는다.
수컷은 암컷보다 작고 유리상자 밖으로 달아날 수 없다.
결국 암컷은 자기행동을 의식하지도 못하는 채 유일한 사냥감인 수컷을 잡아먹는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수컷은 달아나고 암컷은 아무 곤충이든 낫처럼 생긴 앞다리에 잡히는 것들을 잡아먹고 기력을 회복한다.
줄행랑으로 목숨을 보전한 수컷은 제 정자를 받아들인 암컷으로부터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조용히 휴식을 취한다.
짝짓기가 끝난 뒤에 암컷은 허기를 느끼고 수컷은 자고 싶어 한다는 것, 이는 동물의 많은 종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글은 <개미>의 작가인 프랑스의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장편소설 <신4-제2부 신들이 숨결>(홍세욱 옮김, 2009, 열린책들)에 실린 글을 발췌한 것이다.
2009. 9. 1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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