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인류는 모두 하나! 본문
늘어나는 외국인 체류자, 국제결혼 등으로 사회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2020년 무렵에 태어날 신생아 3명 중 1명(32%)이 혼혈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오랜 세월 단일민족을 자랑처럼 여겨왔던 우리는 다양성에 익숙해질 역사적 기회가 없었다.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의 백인들에게는 상당히 우호적인 반면, 동남아시아인이나 흑인들을 멸시하는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 피부색으로 인한 갈등의 골을 서둘러 치유하지 않으면 국가공동체의 존립마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인류학자들은 피부색에 따라 백인동, 흑인종, 황인종 등으로 인종을 구분했다. 19세기 초 혈액형의 존재가 처음 발견됐을 때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인종의 존재를 재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치 독일에서는 B형이 이민족의 특성을 가진 혼혈의 상징이며, 순수한 아리안족은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인종의 역사에 대한 연구는 선입견의 산물이었다. 이 모든 것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짓이었다. 현대 과학은 인종이라는 용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다윗의 별 유대인-1941년 8월 히틀러는 '유럽은 지리적 실체가 아니라 인종적 실체'라고 선언했다. 나치는 북유럽인을 포함한 이른바 아리안족만이 가장 완전한 인간이며 인류의 진보에 현저한 기여를 한 유일한 인종이라고 주장했다. 나치는 유대인의 독일시민권을 박탈하고 독일인과 유대인의 결혼을 금지시켰다. 유대인들은 외출 시에 '다윗의 별'을 달도록 강요당했다. 수백만의 유대인이 체포되고 고문당하고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동성애자, 집시, 폴란드인, 우크라이나인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인종들도 유대인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유전학자들이 지구상의 다양한 지역에 살고 있는 인류의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모두 동질적임을 확인하였다. 이토록 드넓은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도 동질성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이 인류 조상들의 생활 조건과 그들의 유전자가 전해진 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인류는 아프리카 또는 서남아시아 특정 지역(아마 이곳이 에덴일 것이다)에서 기원전 15만~10만 년경부터 지구대정복에 나서 5개 대륙을 누볐고, 그 결과 현대 인류가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피부색은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졌을까? 피부색의 세계 분포를 살펴보면 그것이 일조日照 지도와 정확하게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햇볕이 잘 드는 지역 사람들은 피부색이 짙고, 그렇지 않은 지역 사람들은 피부색이 밝은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된다. 현재 옷을 입지 않고 사막에서 사는 오스트렐리아 원주민보다, 파도타기를 즐기는 스웨덴 출신의 금발 서퍼surfer들이 피부암에 더 잘 걸린다. 반면 햇빛이 약한 지역에 사는 짙은 색 피부를 가진 사람은 밝은 색 피부를 가진 사람에 비해 비타민 D 합성능력이 떨어져 구루병의 위험에 더 노출된다. 학자들은 이 같은 점을 토대로 햇볕과 피부색의 관계를 설명한다. 먼저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 중 밝은 피부색을 가진 이들은 높은 사망률로 도태되어 후손들이 적어졌다. 또한 선사 시대에 추운 지역에서 출생한 검은 피부의 사람들은 구루병에 더 많이 걸렸을 것이고, 세대가 바뀌면서 밝은 색 피부를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들이 대이동을 한 후 피부색이 바뀌는 데는 얼마나 걸렸을까? 수백 세대 정도면 확실한 변화가 일어난다. 아메리카 인디언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은 기원전 2만 년에서 기원전 5천 년 사이에 아메리카에 도착했다. 그런데 오늘날 캐나다나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사람들보다 과테말라나 콜롬비아에 정착한 사람들이 출생할 때 피부색이 훨씬 더 짙다. 요컨대 피부색의 차이가 고정되는 데는 1만 5천 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부색으로 인류를 구분하는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
아파트 같은 층에서 살면서 혈액형이 다른 이웃사람의 혈액보다는, 자신과 같은 혈액형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의 혈액을 받는 게 훨씬 낫다. 흑인, 백인 유전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 과학의 결론이다. 우리는 이미 다인종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단군할아버지의 자손이기에 앞서, 아프리카 또는 서남아시아 어딘가의 에덴에서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후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박상익이 지은 <나의 서양사 편력 1>(2014, 푸른역사)에 실린 글을 옮긴 것이다.
2015. 9. 27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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