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오주석의 화재 변상벽 "묘작도" 해설 본문
생신을 맞으신 두 노인 부부에게 드리는 선물
<변상벽, 묘작도, 비단에 수묵담채, 93.7×43㎝, 국립중앙박물관>
고양이가 유연한 자세로 나무에 오른다. 아래는 덩치 큰 숫고양이가 점잖게 앉아 있고 위에는 참새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마리가 있다. 암고양이가 접근해 올라가면 참새는 얼른 도망을 가야 할 텐데 어째서 이렇게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노래만 하고 있을까?
이 그림은 원래 생일 선물이다. 그런데 이런 그림은 그려진 소재가 무엇을 뜻하는가, 그 뜻을 이해하고 그림 내용을 읽어야 한다.
고양이와 참새를 그린 묘작도猫雀圖 그림에서 고양이 묘猫 자는 한자로 70 노인 '모耄' 자와 '먀오' 하는 중국 발음이 예부터 같았다. 그래서 고양이에게는 70 노인을 뜻한다는 상징이 있다. 그리고 참새는 참새 '작雀' 자가 벼슬 '작爵' 자하고 발음이 같다. 생신을 맞은 두 노인 부부에게는 아들 형제가 여섯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오늘 생신을 맞은 노인께서는 부부 모두 이렇게 편안하시고, 그 아들 여섯은 전부 이렇게 높은 벼슬을 하라고 나뭇가지 위에서 즐겁게 짹짹거리는 모습으로 그린 것이다.
전체적으로 그림을 바라보면 아주 평화롭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생일 선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을 아주 정성스럽게 그렸다. 아래쪽 잡풀까지 하나하나 획을 가려가면서 꼼꼼하게 그렸다.
※이 글은 오주석 지음,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2017, 푸른역사)에 실린 글을 발췌하여 옮긴 것이다.
○김두량金斗樑(1696~1763): 호는 남리南里. 조선 후기 화원 화가로서 도화서 별제를 지냈다. 산수·인물·풍속에 능했고, 신장神將 그림에도 뛰어났다. 전통적인 북종화법을 따르면서도 남종화법과 서양화법을 수용했다. 대표작은 <월야산수도月野山水圖>, <삽살개> 등.
2019. 9. 5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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