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노화의 종말 9 - 건강 장수 칠계명 중 5계명: 땀을 흘려라 본문
몇 세기 전부터 운동이 활력 충전 처방으로 권장되어 온 이유가 하나 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대다수 사람들 — 심지어 많은 의사들 —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영국 의사 윌리엄 하비 William Harvey(1578~1657)가 복잡하게 얽힌 혈관들을 통해 피가 온몸으로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로 거의 400년 동안, 의사들은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는 이유가 피의 순환계를 더 빨리 돌면서 혈관에 쌓인 찌꺼기를 씻어 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운동으로 혈액 흐름이 개선되는 것은 맞다.
폐와 심장이 더 건강해지는 것도 맞다.
근육이 더 굵어지고 힘세지는 것도 맞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 — 그리고 사실상 그런 개선들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는 것 —은 훨씬 더 작은 규모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일이다.
그 일은 세포 수준에서 일어난다.
운동 습관이 저마다 다른 성인 몇천 명의 혈구에 있는 끝분절(텔로미어) telomere를 조사했더니 한 가지 놀라운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운동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끝분절의 길이가 더 길었다.
그리고 미 질병관리예방센터 US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지원을 받아 2017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더 많이 한 — 적어도 일주일에 5일 30분씩 달리기를 하는 것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 사람이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보다 거의 10년 이상 젊어 보이는 끝분절을 지녔다고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 왜 끝분절의 마모가 느려지는 것일까?
장수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식 — 고대의 생존 회로 동원 — 을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
우리 세포가 생존 모드에 들어가도록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대부분의 식단에 많이 든 아미노산의 양을 줄이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의상 운동은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이다.
운동은 NAD 농도를 증가시키며, NAD 농도 증가는 생존 회로를 활성화하고, 생존 회로가 활성화되면 에너지 생산량과 근력이 늘면서 산소를 운반하는 모세혈관이 더 성장한다.
장수 유전자들인 AMPK, mTOR, 서투인['노화의 종말 2 - 장수 유전자는 있고, 노화 유전자는 없다'(2021. 4. 26 올린 글) 참조] 등은 모두 열량 섭취에 상관없이 운동을 통해 새 혈관을 생성하고, 심장과 폐를 더 건강하고 하고, 몸을 더 튼튼하게 하고, 끝분절을 늘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조절된다.
예를 들어 서투인 유전자들인 SIRT1과 SIRT6 유전자는 끝분절이 늘어나도록 돕고 또 그것을 잘 감싸서 마모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음식이나 어떤 특정한 영양소가 부족해서 이런 장수 유전자들이 활성을 띠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생존 회로의 통제를 받는 '호르메시스 hormesis'[약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이나 세포가 반응해 활성을 띠는 현상] 프로그램, 즉 너무 심하게 파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세포 방어 체계를 깨우고 작동시키는 약한 형태의 역경이 그 일을 한다.
사실 운동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65세 이상의 사람 중 10퍼센트만이 운동을 한다.
좋은 소식은 기력이 다할 때까지 몇 시간씩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6~8킬로미터를 뛰는 — 대다수에게는 하루에 15분 이내로 할 수 있는 운동량이다 — 사람도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40퍼센트 줄고 갖가지 원인에 따른 사망률이 45퍼센트 줄어든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효과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5만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의료 기록과 15년에 걸쳐서 발행된 사망확인서에 적힌 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그리 놀랄 결과가 아니겠지만, 사망자 3500명 중에서 자신이 달리기를 으레 한다고 의사에게 말한 이들은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이 훨씬 낮았다.
비만과 흡연을 감안했을 때도 달리기를 하는 이들이 연구 기간 동안에 사망한 확률이 훨씬 적었다.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은 달리기를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얻는 건강 혜택은 놀라울 만치 비슷했다는 것이다.
하루에 적절한 강도로 약 10분만 뛰면 수명이 몇 년 더 늘어났다.
그러나 한가로이 걷는 것과 경쾌하게 달리는 것은 다르다.
장수 유전자들을 전면적으로 가동하려면 강도가 중요하다.
메이오병원 Mayo Clinic의 연구진은 연령 집단별로 서로 다른 운동을 하도록 한 뒤 효과를 조사했다.
많은 유형의 운동들이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일으키긴 했다.
하지만 건강을 개선하는 유전자들을 가장 많이 참여시키는 운동은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high-intensity interval training(HIT)[인터벌 트레이닝이란 강한 운동 사이에 가벼운 운동을 섞어 반복하는 방식]이었다.
심장 박동수와 호흡률을 상당히 높이는 운동이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효과가 더 좋았다.
힘들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격렬하게 운동하라.
빠르고 깊이 호흡을 하면서 최대 심장 박동수의 70~85퍼센트로 뛰어야 한다.
땀을 흘려야 하고 숨을 고르지 않고서는 몇 마디 이상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해야 한다.
이것이 저산소증 반응이며, 영구히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 몸의 노화 방어 체계를 활성화할 만큼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모든 장수 유전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직 다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운동할 때 활성을 띠는 장수 유전자들 중 상당수가 끝분절 연장, 세포에 산소를 전달하는 새 모세혈관 형성, 산소를 태워서 화학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활성 강화 같은 운동의 건강 혜택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신체 활동들이 약해진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또 운동이 유도한 스트레스에 가장 영향을 받는 장수 유전자들이 그런 활동들을 젊을 때의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것을 안다.
다시 말해 운동은 그 장수 유전자들을 켬으로써 세포 수준에서 우리를 다시 젊게 만든다.
나는 이런 질문을 종종 받은다.
"그냥 원하는 대로 먹으면서 남는 열량을 빼면 안 되나요?"
이 질문에 대해 나는 "가능성이 적다"라고 답한다.
생쥐에게 고열량 먹이를 주면서 그 에너지를 태워서 없애도록 할 때는 수명 연장 효과가 최소한으로 나타났다.
열량 제한 식단도 마찬가지다.
열량만 제한하면서 음식을 배불리 먹는다면 열량 제한의 건강 혜택 중 일부가 사라진다.
열량 제한이 작동하려면 허기를 느껴야 한다.
알베르트아인슈타인의과대학의 동솅 카이 Dongsheng Cai가 최근에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허기가 뇌에서 장수 호르몬을 분비하는 유전자들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단식과 운동을 결합하면 수명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확실히 그렇다.
양쪽을 다하고 있다면, 축하한다.
제대로 잘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출처
1.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노화의 종말', 부키, 2020.
2. 구글 관련 자료
2021. 6. 18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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