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3: 히포크라테스 선서 본문
히포크라테스 hippocrates(서기전 466~377)는 그리스 Greece 시대에 활동했던 수많은 의사들의 집단 지성이 만들어낸 ≪히포크라테스 전집 Corpus Hippocraticum(영어 Hippocratic Corpus)≫을 대표하는 이름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따라야 할 히포크라테스란 하나의 '정신'이다.
히포크라테스 정신은 오늘날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남아 있다.
이 선서가 당시에 실제로 사용되었는지는 미지수다.
선서의 내용이 히포크라테스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1. 나는 의술인 신인 아폴론 Apollon(영어 Apollo)을 두고, 아스클레피오스 Asklepios를 두고, 히기에이아 Hygieia를 두고, 파나케이아 Panacea를 두고, 그리고 모든 남신과 여신을 두고, 그들을 나의 증인으로 삼으면서 내 능력과 판단에 따라 이 선서와 이 계약을 이행할 것을 맹세합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 문장은 의학 관련 신들의 계보를 밝히고 있다.
올림포스 신 가운데 의술의 신은 아폴론이며, 그 아들은 아스클레피오스였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들들도 의술에 종사했지만, 이 선서에는 딸인 히기에이아와 파나케이아만 언급하고 있다.
아스클레피오스가 치료의 신이었다면, 첫째 딸 히기에이아가 건강과 위생의 신이었기 때문에 치료의학과 예방의학의 신을 같이 언급하며 균형을 맞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스클레피오스-히기에이아 조합의 상징물이 많이 발견된다.
2. 나에게 의료기술을 가르쳐준 사람의 나 자신의 부모처럼 섬기고, 나의 생계에서 그를 짝으로 삼으며, 그가 재정적으로 궁핍할 때 내 것을 그와 나누며, 그의 가족들을 나 자신의 형태로 간주하고, 또 그들이 의료기술을 배우기를 원하면 보수나 계약 없이 그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며, 나 자신의 아들과 내 스승의 아들과 의사의 규범을 선서한 학생들에게만 교범과 구두 지시와 다른 모든 가르침을 전하고, 그밖의 다른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승에 대한 헌사와 의료직의 독점을 언급한 부분이다.
당시에는 의사가 되는 데 특별한 자격이 필요치 않았다.
스승을 잘 만나 어깨너머로 배우고 그 지식을 이용해 진료를 했다.
따라서 스승에 대한 예우는 각별했다.
아울러 의술을 가르칠 사람을 엄격하게 제한해 진료의 품질을 유지했다.
그리고 '아들'을 강조한 부분은 여성은 의사가 될 수 없었던 시기였음을 보여준다.
3. 나는 내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를 돕기 위해 처방을 사용하는 것이지, 상해와 가해할 의도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4. 나는 그렇게 하도록 요청받을 때라도 누구에게든 독약을 투약하지 않을 것이고, 그 같은 수단을 제안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나는 어떤 여인에게도 낙태를 일으킬 좌약坐藥(항문이나 질에 주입하는 고형의 외용제 약)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생애와 내 기술 모두를 순수하고 경건하게 지킬 것입니다.
5. 나는 결석結石(돌: 몸 안의 장기 속에 생기는 돌처럼 단단한 물질)으로 고통받는 자에게 참으로 칼을 대지 않을 것이고, 대신 그 분야의 기능인에게 양보할 것입니다.
위 4번과 5번 조항은 약간의 논란이 있다.
≪히포크라테스 전집≫에는 많은 유산 방법을 소개하고 있고, 외과수술에 대한 언급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사 의학 역사학자들은 몸에 칼을 대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던 피타고라스 의학파의 선서가 후대에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덧붙여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결석 수술을 금지하는 선서의 내용은 결석의 치료방법으로서 수술을 금지하는 것인지, 의사가 결석 수술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인지 해석상 약간 애매한 면이 있다.
6. 어떤 집에 들어가든지 나는 환자를 돕기 위해 들어갈 것이고, 모든 고의적인 비행과 피해를, 특히 노예이든 자유민이든 남자나 여자의 신체를 능욕하는 일을 삼갈 것입니다.
7. 내 직업을 수행하는 동안이나 직업 수행 외에 사람들과 교제하는 동안 내가 보거나 듣는 것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이 널리 퍼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면, 그 같은 것들을 거룩한 비밀로 준수하며 결코 누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8. 이제 내가 이 선서를 지켜나가고 그것을 깨뜨리지 않으면 내 삶과 내 기술로 모든 사람 사이에서 영원히 명성을 얻게 되고, 만일 내가 그것을 어기고 맹세를 저버린다면 그 반대가 나에게 닥칠 것입니다.
'히포크리테스 선서'가 히포크라테스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왜 지금껏 의사들의 약속의 상징으로 이어졌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설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히포크레테스 선서의 내용이 서양의 기독교 교리와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히포크라테스 전집≫과 일치하지 않는 유산, 피임 금지 조항이 선서문에 자리 잡은 이유도 명백해진다.
그 밖에도 의술의 신성함뿐 아니라 전 세계 의사가 따라야 할 이상적인 모습을 군더더기 없이 잘 표현하고 있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선서문은 원문이며, 현재 의대 졸업식에서 사용하는 버전은 아니다.
<현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문>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이 등장한 것은 1804년 프랑스 몽펠리에 의과대학 Faculté de Médecine de Montpellier의 졸업식이 최초이며,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 연세대 의대가 처음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원래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문구가 여러 차례 개정되었다.
현재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선서하는 문구는 1948년 스위스 제네바 Geneva in Switzerland에서 개최한 제22차 세계의사협회에서 발표한 '제네바 선언'이다.
제네바 선언은 나치의 비윤리적인 인체 실험에 대한 의사들의 책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으며, 이후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일부 문구가 수정되었다.
- 히포크라테스 선서(1948년, 제네바) -
1.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2. 나는 은사에 대해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3. 나는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겠노라.
4.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5.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6.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7.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8.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9.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10.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과거의 선서가 신에게 맹세하는 구절로 시작하는 것에 반해 현대의 선서는 인류에 대한 봉사가 의학의 첫 번째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승에 대한 헌사, 의사의 양심, 환자의 비밀 엄수 등을 강조한 부분은 과거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지만 5항 환자의 비밀 유지 조항에는 1968년 '환자의 사후에도 비밀을 지킬 의무'가 추가되었다.
또한 7항도 '형제처럼'이 1983년 '형제자매처럼'으로 수정되었다.
여성 의사가 많아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9항의 '생명이 수태된 때'에서 '생명의 시작부터'로 문구가 변경되었는데, 생명의 시작 지점을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10항은 나치에 협조한 의사들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수정되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반니, 2022)
2. 이상건, 뇌 연구의 역사 1: 기원전 고대 뇌 연구의 역사, Epilia Review article, Epilia: Epilepsy Commun 2019;1(1):4-10(https://www.jepilia.org/upload/pdf/epilia-2019-00010.pdf)
3. 구글 관련 자료
2023. 3. 8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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