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역사의 흐름을 바꿔버린 전염병 본문

허준: 최근 발생한 코로나19로 인류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죠. 이처럼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전염병을 상대로 싸워나가고 있는데요. 역사의 흐름을 바꿀 만큼 강력했던 전염병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강인욱: 페스트 pest(영어 plague)(흑사병黑死病 black death)가 가장 유명할 것 같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고고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인데요, 5천 년 전에 페스트로 추정되는 전염병이 발병했다는 증거가 '하민 망하 Hamin Mangha'라고 하는 만주와 몽골 경계의 신석기시대 마을 유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홍산문화紅山文化[서기전 4000년~서기전 3000년 무렵 지금의 중국 랴오닝성(요령성辽宁省/遼寧省) 서부에 위치했던 신석기시대의 문화]라고 하는 유명한 신석기시대 문화의 일부입니다. 여기에서 집 자리를 발굴했는데 몇십 명, 많게는 100명이 넘는 사람뼈(인골人骨)가 집단으로 매장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람뼈들은 무질서하게 던져졌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몸에 지니고 있던 게 그대로 있었죠. 그런데 마을 공동묘지는 따로 있었고 적이 침입해 전쟁이 벌어진 흔적도 없으니, 굳이 집에 던질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래서 함께 발견된 동물뼈를 분석해봤습니다. 설치류나 두더지과가 많이 나왔죠. 농사를 지었다가 기후가 안 좋아지니까 설치류를 잡아먹기 시작한 거예요. 설치류와 접촉하다보니 페스트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갑자기 무더기로 죽어버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전염병에 대처하는 법을 알았다고 생각되는 게, 만약 갑자기 돌아가신 분들을 정성스레 공동묘지에 묻었다면 다 같이 죽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코로나19가 등장한 걸 보면 마을과 도시의 운명을 순식간에 바꾸는 전염병은 언제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곽민수: 고대 이집트 Ancient Egypt에도 전염병 때문에 역사의 흐름이 바뀐 적이 있습니다. 서기전 1700년대 이집트 북쪽 삼각주 지역 아바리스 Avaris에 전염병이 발생합니다. 이곳은 훗날 아시아 Asia 계통의 힉소스 Hyksos 세력이 들어와 토착 이집트 세력과 경쟁하며 자신들의 정치체를 세운 지역이죠. 이곳에서 발생한 건 아무래도 장티푸스 typhoid fever나 발진티푸스 typhus 계열의 전염병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토착 이집트인 indigenous Egyptians들이 굉장히 많이 사망해요,
서기전 1800년 무렵이 되면 중왕국 Middle Kingdom of Egypt이 해체되면서 제2중간기 Second Intermediate Period of Egypt가 시작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중왕국 시대 말부터 이 지역에 지금의 팔레스타인 Palestine과 이스라엘 Israel 쪽 사람들이 계속 유입됩니다.
이 두 민족 집단은 전염병에 약간의 면역력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유목민 출신이라 가축들과 생활하니까 자연적으로 면역이 생겼던 거죠. 반면 토착 이집트인들은 면역력이 없었고요. 그래서 이 지역의 토착인과 아시아인 비율이 역전되고 많이 살아남은 아시아인들이 독립 정치체를 만들 수 있었던 겁니다.
힉소스 왕조 Hyksos dynasty가 고대 이집트 역사에선 제15왕조 15th Dynasty of Egypt, 제16왕조 16th Dynasty of Egypt에 해당되는데 결국 제15왕조가 이집트 북쪽 지역을 통일하죠. 이후 오늘날의 이집트 카이로 Cairo, Egypt에서 남쪽으로 7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룩소르 Luxor 지역에서 기반을 닦고 있던 제17왕조 17th Dynasty of Egypt 와 경쟁합니다. 일종의 남북조 시대가 100년 가까이 이어지죠. 결국 토착 이집트 세력이 힉소스 왕조를 몰아내고 다시 이집트를 통일합니다. 그렇게 서기전 1550년 무렵 시작되는 게 신왕국 New Kingdom of Egypt 시대입니다.
※출처
1. 박현도, 곽민수, 강인욱, 허준 지음, 역사를 보다(믹스커피, 2024)
2. 구글 관련 자료
2026. 8. 7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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