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현대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고대의 기술력 본문
허준: 금세공술이 몇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하던데요. 찾아봤더니 금세공술처럼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기술이 의외로 꽤 많더라고요. 이를테면 카메라 camera도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하더군요?
강인욱: 카메라 자체는 모르겠으나 사물을 반사해 보는 기술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2천 년 이상 되었죠. 잊으면 안 되는 사실이 있는데,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과거의 기술은 잊힌다는 겁니다.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말을 타는 기술이 사라진 것과 같은 원리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어? 이런 게 있었어?'하고 놀랄 수 있을 테지만 시공간을 막론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원리와 모습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동물 벽화를 보면, 소가 뛰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는데 컴컴한 곳에서 횃불 하나만 켜고 그렸을 겁니다. 그럼에도 실제와 똑같이 묘사했지 않습니까. 그때 예술적인 감각과 함께 이미 실제와 똑같이 복원해서 묘사하는 기술이 있었다는 거죠.

곽민수: 이집트 Egypt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꽤 많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고고학에선 옛 물건을 발굴했을 때 용도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죠. 연구자들이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의 눈으로 직관을 작동시켜 자신들이 알고 있는 뭔가와 비슷하다고 하면서 그 용도를 추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실제 물건의 용도와 완전히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굉장히 많이 발굴된 고대 이집트 물건 가운데 '헤카 Heka'와 '네카카 Nekhakha'라고 하는 지팡이 모양의 도구가 있습니다. 헤카는 갈고리처럼 생겼고 네카카는 도리깨처럼 생겼는데, 정확히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연구자들이 헤카는 목축에 사용했다. 네카카는 농경에 사용했다고 주장하죠. 또는 반대로 헤카야말로 흙을 파서 강물에 던질 때나 의식을 할 때, 즉 농경과 관련된 행위를 할 때 사용했다든지 네카카야말로 목동이 양을 치거나 목초 활동을 할 때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용도를 몰라요.

허준: 고고학에선 상상이 난무하게 되는데요. 혹시 '이 물건은 무조건 이런 용도로 썼다!'하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가 나중에 실증 증거 자료가 나와 머쓱했던 경우도 있었나요?
강인욱: 파이(π)처럼 생긴 청동기 도구가 중국 북방과 시베리아 Siberia 일대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도구는 무려 40여 년 동안 풀리지 않는 고고학계의 신비(미스테리 mystery)였어요.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전차를 탈 때 고삐를 허리띠에 거는 도구였죠. 사실 처음 발견되었을 때, 그러니까 40년 전에 중국과 러시아 Russia의 고고학자들은 이미 그 파이 형태의 청동기 도구가 전차에서 말을 몰 때 고삐를 허리띠에 거는 도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른 고고학자들은 쉽게 납득이 안 되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무시했죠.
이후 몽골 Mongolia 일대에서 만들었던 입석立石(무덤 앞에 세운 석물石物)인 사슴돌에 전차병을 묘사한 그림과 3천 년 전 무덤의 파이형 청동기에서 전차 모양의 부호가 발견되었어요. 이로써 처음 주장한 분을 다시 평가하게 되었죠.

곽민수: 고대 이집트에 헬리콥터 helicopter가 있었다느니 전구가 있었다느니 하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집트 아비도스 Abydos에 가면 제19왕조의 파라오 Pharaoh 세티 1세 Seti I가 서기전 1280년 무렵에 오시리스 Osiris 신(고대 이집트 사자死者와 부활의 신)께 바치기 위해 만든 신전이 있습니다. 그 신전의 한 상인방上引枋[창문 위 또는 벽의 위쪽 사이에 가로지르는 인방引枋(기둥과 기둥 사이, 또는 문이나 창의 아래나 위로 가로지르는 나무)]에는 실제로 헬리콥터 그림이 있죠. 정말로 현대의 헬리콥터와 아주 비슷해요. 뿐만 아니라 그 옆에는 레이싱카 racing car도 있고 잠수함이나 우주선처럼 생긴 그림들도 있습니다. 들여다보면 겉보기에는 무조건 헬리콥터예요. 그래서 그 그림을 근거로 고대 이집트에 슈퍼 테크놀로지 super technology가 있었다느니 오버 테크놀로지over technology가 있었다느니 주장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종의 음모론이기도 한데요.
사실 굉장히 간단한 현상입니다. '팔림프세스트 palimpsest'라고 하는 현상으로, 기록 매체를 재사용하고자 사본에 기록되어 있던 원문자 따위를 갈아내거나 씻어서 지운 뒤 그 위에 다른 내용을 덮어 기록하는 행위예요.
이곳에는 원래 세티 1세가 '데르-페세트-페세제트'라고 하는 문장을 썼어요. '아홉 개의 활을 쳐부순다'라는 뜻이죠. 여기서 아홉 개의 활은 고대 이집트의 전통적 적들이고요. 그런데 세티 1세가 신전을 완공하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결국 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람세스 2세 Ramesses II가 완공하는데, 그 과정에서 람세스 2세는 아버지가 썼던 문장을 고쳐 씁니다. '메키-케메트-아아프-카수투'라고 말이죠. '이집트를 지키고 외국을 쳐부순다'라는 뜻이예요.
고대 이집트인들은 돌에 새긴 그림이나 문자를 고칠 때면 회를 칠한 다음 말려서 다시 그곳을 새로운 그림이나 문자로 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회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죠.
그렇게 두 개의 문장이 겹칠 수 있는데 아비도스이 신전에선 우연히 헬리콥터나 우주선처럼 보이게 된 겁니다. 고대 이집트 문자를 읽을 수 있으면 굉장히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인데, 그림의 모양만 갖고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주장했던 거죠.

허준: 이슬람에도 굉장히 발전된 기술, 이를테면 슈퍼 테크놀로지나 오버 테크놀로지가 발달하지 않았나요?
박현도: 예전에는 사람이 뭔가를 볼 때 '눈에서 빛이 나와 볼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 믿음을 처음으로 깨부숴 '빛이 반사되어 눈이 물체를 인식한다'라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무슬림 muslim(이슬람교도) 학자입니다. 965년에 지금의 이라크 바스라 Basra, Iraq에서 태어난 '이븐 알하이삼 ibn al-Haytham'이에요. 광학 이론에 가장 큰 공헌을 세워 '현대 광학의 아버지 the father of modern optics'라고 불리죠. 1015년에 7권으로 된 ≪광학의 서 The Book of Optics≫라는 책을 써서 1270년에 라틴어 Latin로 번역 출판되기까지 했습니다.
빛이 눈으로 들어와서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거라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죠. 그가 고안한 실험 방식이 오늘날의 카메라로 이어졌습니다.
2015년에 유엔 UN이 정한 '세계 빛과 광기술의 해 International Year of Light and Light-based Technologies"를 맞이해 1천 주년된 ≪광학의 서≫로 이븐 알하이삼의 이름을 처음으로 제대로 거론했어요. 애초에 ≪광학의 서≫ 1천 주년을 기념하고자 '세계 빛과 광기술의 해'를 정한 것이었죠.
그리고 비행 물체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 또 무슬림입니다. 지금의 스페인 코르도바 Cordoba, Spain 출신으로 '압바스 이븐 피르나스 Abbas ibn Firnas'라고 하는 19세기 사람이에요. 역사상 처음으로 무동력 비행을 실험했다고 알려져 있죠. 그는 나뭇가지와 천으로 날개를 만들어 모스크 mosque(회교성원回敎聖院, 회교사원回敎寺院) 종탑에서 뛰어내렸어요. 얼마간 비행하는가 싶었지만 오래지 않아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크게 다쳤다고 하죠.
또 15세기 아랍어 Arabic 사전을 보면 무슬림 세계가 석유을 정제할 줄 알았습니다. 그때 이미 석유 정제 기술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등유를 약으로 쓰기도 했고요, 소화제로도 먹었다고 합니다.
일련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중세 때 타 지역, 타 세계보다 무슬림 세계가 참으로 많이 발전했던 것 같습니다.
※출처
1. 박현도, 곽민수, 강인욱, 허준 지음, 역사를 보다(믹스커피, 2024)
2. 구글 관련 자료
2026. 8. 12 새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