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와인 맛이 시큼해진 이유 - 파스퇴르의 등장 본문
미생물이 살아가기 위해 유기물을 분해한 결과 그 산물을 우리가 먹을 수 있으면 그 분해과정을 발효發酵 fermentation라 하고, 먹을 수 없으면 그 분해과정을 부패腐敗 putrefaction라고 한다.
발효는 주로 유기물의 당분이 분해되는 것이고, 부패는 주로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이다.
발효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당분이 미생물인 효모 yeast에 의해 분해되어 알코올 alcohol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알코올발효, 당분이 젖산균(유산균) lactic acid bacteria에 의해 분해되어 젖산이 만들어지는 것을 젖산발효라고 한다.
알코올발효를 통해 술이 만들어지고, 젖산발효를 통해 김치, 치즈 cheese, 요구르트 yogurt가 만들어진다.
1861년 언젠가부터 프랑스 양조장들의 술에서 시큼한 맛이 났다.
알코올발효가 아닌 젖산발효가 된 까닭인데, 여기서부터 루이 파스퇴르 Louis Pasteur(1822~1895)의 위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스퇴르가 32세, 화학 교수로 있었을 때의 일이다.
사탕무를 이용해 술을 만들던 양조업자들이 그를 찾아와 하소연했다.
"요즘 만든 술이 신맛이 너무 강해 모두 버리는 통에 손해가 막심합니다. 도와주세요."
파스퇴르는 양조장을 방문해 정상적인 술맛이 나는 술통의 술과 신맛이 나는 술통의 술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했다.
술맛이 정상인 술통에 든 술에는 통통하고 동그란 모양의 미생물인 효모 yeast들만이 보인 반면, 신맛 나는 술통에는 효모 사이사이에 길쭉한 막대기 같은 미생물인 젖산막대균(젖산간균) lactobacillus이 많이 보였다.
파스퇴르가 신맛 나는 술통의 술 성분을 자세히 분석해보니 알코올이 아닌 젖산 성분이 많았다.
술에 알코올이 아닌 젖산이 많아진 까닭은 무엇일까?
파스퇴르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설을 세웠다.
"신맛 나는 술에서 관찰된 막대기 모양의 미생물이 젖산을 만들어 술맛을 바꾼 것이 아닐까?"
파스퇴르는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젖산균이 정상 술통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양조업자들에게 단단히 지시했다.
술을 다루는 각종 도구들을 분리해 사용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 이후 신맛 나는 술통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고, 양조업자들은 웃음을 되찾았다.
파스퇴르는 자신의 실험 결과의 의미를 곧바로 깨달았다.
술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살아 있는 미생물인 효모가 사탕무의 성분을 알코올로 만드는 과정이며, 효모가 다른 미생물(젖산균)에 의해 오염되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말이다.
인류 역사에서 미생물의 존재와 역할이 규명된 대단히 중요한 순간이었다.
파스퇴르는 생각을 더욱 확장해 술이 미생물에 의해 오염되는 것처럼 동물이나 사람도 미생물에 의해 감염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반니, 2022)
2. 구글 관련 자료
2025. 1. 2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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