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2012. 12/3 평창 오대산 상원사 본문
용평리조트에서 귀경하는 길에 오대산 상원사를 들린다.
진부에서 월정사로 들어가는 길은 전나무 가로수길이다. 난 전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그건 전나무 곁에 가기만 하면 기분이 엄청 UP 되기 때문이다. 높다랗게 쭉쭉 뻗은 수형이 시원스럽기도 하지만 전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다른 어떤 나무보다도 가장 강력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상원사上院寺는 월정사와 함께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세운 절이다. 상원사에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으며(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그 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동종銅鐘이 보존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큰길을 따라 절로 가지 않고 숲속으로 난 작은길을 따라 올라간다. 숲길에도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많다.
숲길은 상원사 경내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번뇌가 사라지는 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큰길로 연결된다. 큰길의 끝은 상원사 경내로 들어가는 청풍루淸風漏다. 청풍루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주불전인 문수전 앞마당이 나오므로 청풍루는 상원사의 해탈문의 기능을 하고 있다. 청풍루 앞에는 '上院寺'라는 간판이, 뒤에는 '淸風樓'라는 간판이 각각 붙어 있다.
청풍루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목조문수동자상과 문수보살을 나란히 주존으로 모시고 있는 주불전 문수전文殊殿이 눈앞에 나타난다. '文殊殿' 현판은 작가이자 서예가인 신영복 교수의 글씨다. 보통의 불전 현판과는 달리 세 글자가 이어져 있다. 신교수는 불가의 연기론과 자신의 관계론을 뜻을 담아 세 글자를 이어서 쓴 것이라고 한다. 특히 목조문수동자상은 조선 세조때인 1466년에 조성된 것으로 고려시대 불상에서 조선시대 불상으로 넘어가는 불상양식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되었다.
문수전 바로 앞의 마당에는 고양이 석상 2개가 놓여 있다. 이 고양이 석상은 상원사 법당에 들어가려고 하는 세조의 옷깃을 물고 들어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불상 뒤에 숨어 있던 자객의 암살을 모면하여 목숨을 구했으며, 이에 보답하려고 고양이를 위한 밭(묘전)을 하사하고 한쌍의 고양이를 돌로 새겼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문수전 왼편에 있는 상원사 종무소인 소림초당少林草堂
문수전 앞마당에서 청풍루를 보면 그 오른편에 상원사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국보 상원사동종이 투명 사각 아크릴 박스 안에 보관되어 있는 동종각銅鐘閣이 있다 상원사동종은 통일신라 성덕왕 때인 72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존하는 한국종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동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종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 오른쪽에는 동종의 복제종이 매달려 있다. 이 복제종을 타종때 사용한다. 상원사동종 왼편에는 비석과 같은 석조물이 하나 서 있는데 이것은 동종에 새겨진 비천상을 재현해 놓은 부조상이다.
동종각 앞마당에서 왼편을 보면 마당 한쪽 끝에 최근에 세운 듯한 오층석탑이 서 있고, 오층석탑과 청풍루 사이로상원사를 보호하듯이 둘러싸고 있는 흰눈 덮힌 산 능선이 늘어서 있다.
동종각 오른편으로 또 다른 2층누각인 만화루萬化樓가 서 있다. 적멸보궁을 가려면 만화루 아래를 통과해야 한다.
만화루 오른편 마당에 있는 돌은 입을 크게 벌리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고양이석상으로 보인다.
이 고양이석상 앞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싸리 울타리로 둘러 싸인 집이 나온다. 현판 이름은 목우당牧牛堂으로서 스님들의 거처로 보인다.
목우당 뒷동산의 전나무숲
만화루 뒷편에 서 있는 2층찻집인 청량선다淸凉禪茶
청량선다에서 다시 문수전 쪽으로 올라와 문수전 오른편으로 돌아가본다. 계단 위로 보이는 불전은 영산전靈山殿이다. 영산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묘법연화경을 설한 영산회상의 장면을 그린 그림인 영산회도를 모신 전각. 영산전 앞마당에 서 있는 돌탑에는 사면 부처님이 새겨져 있으며, 철이 함유된 돌은 부식해서 붉은빛을 띠고 있다.
영산전 앞마당에서 본 문수전 뒷산의 전나무숲
영산전 앞마당에서 바라본 상원사를 보듬고 있는 주위의 산능선
청풍루를 지나 문수전 마당에 오르면 맨 오른편에 위치한 스님들의 도량인 청량선원淸凉선원
다시 만화루 아래를 지나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 곳으로 가본다. 길목 오른편애 2층찻집인 청량다원이 있고 그 앞에 금빛으로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고 새겨 놓은 표지목이 서 있다.
적멸보궁 표지목에서 바라본 만화루
섭섭하지만 적멸보궁에는 올라가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 큰길을 따라 상원사 입구로 내려간다.
상원사 입구에는 기념품점이 있고, 바로 옆에 아주 높게 자란 늘푸른 바늘잎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이 나무는 전나무가 아니다. 이름은 잎갈나무(이깔나무). 바늘잎이 떨어져 낙엽이 되므로 잎을 가는(바꾸는) 나무라는 뜻이다. 추운지방에서 자라는 잎갈나무이기 때문에 북한에는 그 자생지가 많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이곳 오대산 상원사 입구와 광릉수목원에만 잎갈나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귀한 나무이다.
잎갈나무 바로 앞에 서 있는 비석같이 보이는 돌은 관대걸이. 세조가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둔 돌이라고 한다.
기념품가게 바로 길 건너에 큰 상원사 안내표석이 서 있다. 이 표석에 새겨진 글은 '文殊殿' 현판을 썼던 서예가인 신영복 교수의 글씨다. 이 표석에 쓰인 글씨는 세로로 쓴 '五臺山上院寺', 낙관처럼 새긴 '寂滅寶宮'과 '文殊聖地'의 3종류다.
주차장과 상원사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이 꽁꽁 얼어 붙었다.
2012. 12. 27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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