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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코로나 corona'와 '크라운 crown'은 같은 어원으로 왕이나 귀족들이 쓰는, 끝이 하늘로 올라가듯 뾰족하게 장식된 관을 말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 표면에 태양 코로나(해무리)를 연상시키는 돌기가 붙어 있어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었다. 멕시코와 러시아의 최고 인기 맥주들에도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는데, 그것은 맥주 거품이 마치 왕관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화려한 왕관은 지난 몇천 년 동안 유라시아의 사람들과 함께한 대표적인 제사장인 샤먼 shaman들이 쓰던 관에서 유래했다. 샤먼은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그들의 관에 표현된 사슴뿔이나 나무의 형상은 하늘과 맞닿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대륙은 물론 신대륙 전역..
◎고전 학문의 회복 중세 전성기에는 각급 교육기관에서 교육받는 인구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학문의 질 또한 향상되었다. 학문 수준이 향상된 것은 그리스의 지식을 다시 받아들이고 무슬림이 이룩한 지적 성과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서유럽인 가운데 그리스어나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에, 그리스어와 아랍어로 된 저작들은 라틴어로 번역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1140년 무렵 이전에는 라틴어 번역물이 극히 드물었다. 12세기 중반 이전에는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의 수많은 저작 가운데 논리학 저술 몇 권만 라틴어로 번역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12세기 중반부터 갑자기 번역 사업이 활발해졌고, 급기야 고대 그리스와 아랍의 과학 지식 대부분이 서유럽인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번역 작업이 ..
통계청에서는 해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에 맞추어 를 작성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2023년 통계는 2023년 9월 26일에 발표하였다. 고령자 통계는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관련 정부기관별 통계 특성에 따라 고령자 나이 기준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국가인권위원회의 의 고령자는 60세 이상이고,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OECD의 의 고령자는 66세 이상이다. ○고령인구 비중 2023년 현재 고령인구는 950만 명(남자 43.9%, 여자 56.1%)으로 전체 인구 5,156만 명의 18.4%를 차지하며, 작년인 2022년에 비해 고령인구는 48만 명, 고령인구 비율은 0.9%가 늘었다. 그리고 2023년 현재 남녀 전체 인구 중 성별 고령인구 비중은 남자 16...
어떤 사람은 선조宣祖를 조일전쟁(임진왜란)을 겪은 무능한 임금으로 평한다. 그러나 조선 후기 문인들은 선조 연간을 '목릉성세穆陵盛世'라며 그 문화적 성숙을 칭송하였다. 목릉은 선조의 능호다. 선조 시대에는 권율, 이순신 같은 장군은 물론이고 율곡 이이, 송강 정철, 우계 성혼, 서애 유성룡, 백사 이항복과 같은 문신 학자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문장에는 간이당 최립, 글씨에서 석봉 한호, 그림에서 양송당 김시, 탄은 이정, 그리고 학림정鶴林正 이경윤李慶胤(1545~1611)이 있었다. 남태응은 ≪청죽화사≫에서 학림정을 이렇게 평가했다. "학림정의 그림은 고담한 가운데 정취가 있고 고상하고 예스러움이 있으면서 색태色態(곱고 아름다운 자태 즉 섹시함 sexy)도 있다. 또 십분 세련되어 거칠거나 엉성한 데가 ..
○나병과 페스트 모든 전쟁은 대규모의 인원 이동이 필수적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많은 병사들이 싸우고 뒤엉키고 승패가 날 때까지 근접 지역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병사들이 나누는 것은 생사의 의지만이 아니다. 전염병도 적군과 아군 사이에, 또는 아군끼리 옮겨진다. 대규모 전쟁 후에는 살아 돌아온 병사들에 의해 모국에 전염병이 퍼져나간다. 중세 십자군 전쟁 이후에도 두 가지 전염병이 어김없이 발생했다. 첫째가 '나병癩病 leprosy'이다. 현재는 '한센병 Hansen's disease'이라 부르는 이 병은 서기전 600년 기록이 남아 있는 역사가 오래된 병으로 나병균(마이코박테리움 레프리 Mycobacterium leprae)이란 세균에 감염되어 발생한다. 원래 중세 서유럽의 작은 ..
미확인비행물체(UFO)를 타고 온 외계인을 여러분은 어떤 모습으로 상상하는가? 이제까지 외계인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예외 없이 뾰족한 대머리 형태를 한 생명체를 떠올린다. 사실 이런 이미지는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매체의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놀랍게도 2000년 전 유라시아 초원에서 발흥한 유목민 흉노에서부터 시작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이미지다. 흉노는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는 것을 길쭉한 머리 형태로 표현했다. 우리나라의 가야와 신라에서 저 멀리 서유럽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유목문화의 흐름, 특권을 대물림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바로 편두扁頭 artificial skull deformation에 숨어 있다..
중세 전성기의 중요한 지적 업적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되 상이한 네 분야로 나뉜다. 즉, 초등교육과 평신도 문자 해독률의 확대, 대학의 등장과 확대, 고전 지식 및 이슬람 지식의 획득, 새로운 철학 및 신학 사상의 발전이 그것이다. 이런 업적은 하나하나가 서유럽 학문의 역사에서 중세 전성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입증해준다. 이 모든 업적이 합쳐져서 유럽 지성사의 비범한 한 시대가 출발했고, 그것은 17세기 과학혁명까지 지속되었다. ◎학교의 발달 800년 무렵 샤를마뉴Charlemagne(라틴어: 카롤루스 마그누스대제Carolus Magnus the Great)(재위 768~814)는 제국 내의 모든 주교관구와 수도원에 초등학교의 설립을 명했다. 이 명령이 완전히 시행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
조선시대 도화서에서 화원을 뽑는 시험을 취재取材라고 하는데 취재에서는 대나무 잘 그리는 것을 제일로 쳤다. 두 과목을 선택하여 시험을 치르면서 대나무에서 통通을 받으면 5점이고, 산수는 4점, 인물과 영모는 3점, 화초는 2점이었다. 그만큼 대나무 그림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사실 먹으로 그린 대나무 그림(묵죽墨竹)은 누구나 그럴듯하게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잘 그리기는 매우 어렵다. 몇 가닥 줄기를 끊어서 치고는 대나무 개介 자와 아비 부父 자를 쓰듯 댓잎을 겹쳐서 표현하면 묵죽의 기본 골격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형태를 갖추었다고 곧 그림이 될 수 없는 것은 글자꼴을 갖추었다고 서예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대나무 그림은 서예와 통하는 바가 많다. 청나라 양헌梁巘(1710~1788)은 ..
'겨울왕국'하면 2013년 전세계 어린이들을 열광시킨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이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같은 낭만적인 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반면 우리 고대사로 눈을 돌리면 말갈, 읍루 등 추운 북방에 살면서 주변 지역을 침략한 거칠고 폭력적인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에서 전해지는 겨울왕국에 대한 믿음은 일부 오해가 있지만, 헛된 망상은 아니었다. 여러 고고학 자료들이 이를 증명한다. 사람들이 '북쪽'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겨울왕국을 찾아 떠나보자. ○그리스인의 유토피아, 히페르보레이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비행기나 배가 사라진다는 버뮤다 삼각지대 Bermuda Triangle, 태평양 한가운데..
유럽의 종교 부흥(1100~1300년) 시토 수도회 설립 동정녀 마리아 숭배 시작 카타르파 이단 등당 발도파 이단 등장 성찬에 관한 새로운 신학 프란체스코 수도회 설립 제4차 라테란 공의회 도미니쿠스 수도회 설립 1098년 1100년 무렵 1140년 무렵 1180년 무렵 1150년 무렵~1215년 1209년 1215년 1216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 Gregorius VII(재위 1073~1085)가 앞장선 개혁 운동은 두 가지 이유에서 유럽의 종교 부흥을 자극했다. 그 한 가지 이유는 교회정화 운동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평신도는 이제 성직자를 더욱 존경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성직자 되기를 열망했다. 믿을 만한 통계에 따르면, 1066~1200년에 잉글랜드에서 수도 교단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