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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우뚝 솟아서 인간 세상을 굽어보는 산은 하늘과 땅의 만남을 상징한다. 세계인들의 산악숭배의 예를 살펴보자.우리나라의 고조선 건국신화 즉 단군신화에서는 환웅이 삼위三危 정상 신단수 아래에 신시를 만들고 나라를 다스렸다고 말한다. 수메르 사람들은 세모꼴로 된 을 우주 알이 부화해서 1만의 첫 존재들이 출현한 장소로 여겼다. 유태인들은 에서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율법의 판을 받았다고 믿는다.일본인들은 후지산>에 오르는 것 자체를 하나의 신비적인 체험으로 여기고, 산에 오르기 전에 목욕재계를 하기도 한다.아즈텍 사람들은 이스타크 시후아틀 산맥에 있는 틀라로크산>에 비의 신이 거주한다고 생각하고 그 꼭대기에 신상을 세웠다.인도인들은 수미산>을 세계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그런가 하면 중국인들..
조선 후기 진경眞景산수화를 확립한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의 걸작인 국보 217호 (1734, 종이에 수묵담채, 130.7×94.1㎝, 호암미술관 소장)에 담긴 역학易學 즉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의미를 한번 살펴보자. 진경眞景이란 마음에서 느낀 그대로를 그린 진짜 경치란 의미다.장엄한 금강산의 전경을 그린 이 작품은 그 자체로서 우리 국토를 상징한다. 그것은 우리 겨레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금강산이기 때문이며, 그래서 우리는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로서 을 자주 부르곤 한다. 겸재 정선은 보기 드물게 사대부출신 도화서 화원이다. 현동자 안견, 단원 김홍도, 오원 장승업 등의 걸출한 조선 화가들이 중인 아니면 평민 출신이었던 반면 겸재는 선비출신 화원이다. 그래서인지 겸재는 당시 사대부 가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보물 제527호인 에는 단원 김홍도가 그린 25점의 풍속화가 들어 있다. 이 그림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상 외로 틀리게 그린 세부그림들이 제법 눈에 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풍속화 자체가 단원 김홍도 자신의 최고 걸작품이 아니라 당시 일반 서민들이 사서 보라고 손쉽게 아주 빨리 그려낸 값싼 그림이기 때문에 일부러 틀리게 그렸다고 평가한다. 값싼 그림이라는 근거로서 우선 바탕 종이가 고급 화선지가 아닌 일반 장지이고, 화면에 어려운 글씨 즉 한문이 한 자도 없으며, 그림 소재가 모두 일반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찾고 있다는 것 등을 들고 있다. 즉 모든 그림들이 서민들 중심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에서 옷차림이 허술한 사람이 이기거나 에서 지주 대신 소작지를 위임..
"권력 앞에서도 제 모습 생긴 대로,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 우리 옛그림 가운데는 해학성諧謔性이 뛰어난 그림이 많다. 여기 소개하는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1810?)의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는 그 해학성에 있어 타의 주종을 불허한다. 게 두 마리가 갈대 꽃송이를 꼭 끌어 안고 ..
"우주의 이치를 내 한 몸에 갖추기 위해" <작가 미상, 일월오봉병日月五峰屛, 조선 19세기, 종이에 채색, 162.6×337.4㎝, 삼성미술관 리움> 경복궁 근정전에는 조선 국왕의 자리인 용상龍床이 있다. 이 용상은 아래로 단을 돋우고 위로 닫집이 내려져 있고, 뒤에 병풍이 하나 서 있는데 이..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1843~1897)은 현대 한국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화가다. 우리나라 한국화의 3대 화가하면 현동자 안견, 단원 김홍도, 그리고 오원 장승업을 꼽는다. 진경산수화를 만든 겸재 정선을 제칠 정도로 오원은 화가로서의 업적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오원이란 오원 이전 2원이라고 ..
이 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한국화 비평가의 한사람이며, 세계 최고의 단원 김홍도 전문가인 고故 오주석吳柱錫 선생의 저서인 >(2003, 솔)이란 책에 수록된 글로서 아직까지 관련학계의 공식적인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주석 선생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고 있으며, 새샘 역시 동의하는 바이다. 오주석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두 초상화의 주인공은 모두 이채李采 선생을 그린 그림으로서, 1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그려진 것이다. 먼저 위 그림은 전 . 이재李縡 선생은 숙종 때의 대학자의 초상화로 이채 선생의 할아버지이다. 초상화에는 아무런 글씨가 없기 때문에 이재라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의 인물과 너무나 닮았고 나이만 더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이채 선생의 할아버지인 이재 ..
이 글은 조선미술평론가이며 조선미술사(조선회화사)가인 고 오주석 선생(1956~2005)의 명저 가운데 하나인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2003, 솔출판사)에 실려 있는 글을 발췌한 글이다. 오주석 선생은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동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으며, 더 코리아헤럴드 문..
금년 4월 발간된 이란 책(아트북스)은 동東과 서西, 고古와 금今을 통하여 그림이란 관점에서 나타났거나 나타나고 있는 예술 쟁점과 사회 쟁점들을 퍼즐처럼 늘어놓고 그 퍼즐들을 맞추는 시도를 하고 있다.쟁점이란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어 그 해결책을 내 놓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런 쟁점들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늘어놓고 이것을 여러 방법으로 짜 맞춰감으로써 '그래서 이렇다'가 아니라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 같다.지은이 은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로서 몇 차례의 개인전과 여러 단체전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예술쟁점 가운데 하나인 를 소개할까 한다. 국어사전에는 패러디(parody)란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1794년 5월 일본의 에도 극장가에 혜성처럼 나타나 이듬해 2월 홀연히 사라져 버린 일본 회화사에서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고 있을 뿐만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다빈치, 라파엘로와 더불어 세계 3대 초상화가로 불리는 '도슈사이 샤라쿠(東洲齋寫樂)'. 화가로서 활동기간은 단 10개월로 매우 짧지만 20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화가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신비의 화가 샤라쿠. 샤라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10개월의 활동기간과 그 때 남긴 140여점의 우키요에 작품이 전부이며,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는 아직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세기의 천재화가가 조선의 첩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의 화풍이 당시 유행하던 일본 판화에서는 찾아볼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