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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4부 중세에서 근대로 서론 20세기 역사가들 대부분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Italian Renaissance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 Protestant Reformation이야말로 중세를 종식시키고 근대 세계를 활짝 연 유럽사의 극적 분기점이라고 설명한다. 분명 16·17세기에는 유럽인의 삶에 결정적 변화가 있었다. 유럽의 선원, 병사, 상인 등은 범세계적인 교역망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서반구의 풍부한 광물과 농업자원을 대서양 항구로 가져왔다.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은 유럽의 종교적 통일성을 깨뜨렸고 종교전쟁의 한 세기는 그 분열을 한층 고착화시켰다. 한편 14·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새로운 문화적·지적 흐름은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널리 확산되었다. 그러나 16·17세기에 이루어진 새로운 발전의 대부분..
어느 시대에나 기인奇人(별난 사람)이나 괴짜가 있다.사회적 관행과 통념으로부터 일탈한 이들의 행동은 많은 일화를 남기면서 그 시대 사회상을 간접적으로 반영해준다.기인과 괴짜는 대개 특출한 재주를 갖고 있는 강한 개성의 소유자로 사회적 부조리에 날카롭게 대항하기보다는 낭만적으로 도피하는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 회화사에는 3대 기인이 있다.17세기 인조 때 연담蓮潭 김명국金明國(1600~1662년 이후), 18세기 영조 때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1712~1786?), 19세기 고종 때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1843~1897)이다.이들의 공통점은 화가로서 타고난 천분을 갖고 있으면서 환쟁이 또는 중인이라는 신분적 제약 때문에 기행을 일삼았고, 술로써 자신을 달랬던 주광酒狂이었다는 점이다.그로 인해 이들의 작품..
세계의 지붕 티베트 Tibet(시짱/서장西藏)는 그 험난한 산세만큼이나 신비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들의 독특한 예술세계,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20세기에는 서구 열강에, 21세기에는 중국에 핍박 받아온 티베트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하지만 신비의 뒤편에는 무지가 있었다. 고고학자들의 노력으로 그동안 우리가 아는 티베트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고고학 발굴을 통해 이름만 알려져 있던 티베트 최초의 국가인 '상웅국象雄國'과 3500년 티베트의 역사가 밝혀졌다. 티베트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산지대에 사는 유목민의 후예로서, 아시아 일대의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며 독특한 히말라야 문명을 일궈낸 사람들이다. 티베트 고대문명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티베트 최초..
중세 전성기의 문학은 다양하고 생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 성당 학교와 대학에서 문법 공부가 부활되자 몇몇 뛰어난 라틴 시가 탄생했다. 가장 좋은 예는 세속 서정시, 특히 12세기의 골리아르 Goilard라고 불리던 방랑시인들이 쓴 것들이다. 그들이 어떻게 골리아르란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아마도 '악마의 추종자'란 의미일 것이다. 그러한 해석은 적절한 것 같다. 왜냐면 방랑시인들은 기도문을 풍자적으로 개작하고 복음서를 희화화한 시끄러운 시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서정시는 변화하는 계절의 아름다움, 길 위의 태평스런 생활, 술 마시고 노는 즐거움, 특히 사랑의 즐거움을 찬미했다. 쾌활하고 풍자적인 시를 쓴 그들은 주로 유랑 학생들이었다. 물론 개중에는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오늘날 그림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감상화, 장식화를 생각하지만 카메라가 없던 시절 그림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사진을 대신하는 시각적 기록이었다. 초상화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와 더불어 옛사람들은 모임을 가진 다음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우리가 야유회 가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마음의 소산이다. 조선 전기에는 그런 기념화로 계회도契會圖가 성행했다. 계契/稧는 사대부들이 친목을 위해 시와 술을 즐기며 어울린 모임으로 수계修契라고도 한다. 역사적 유래로는 4세기 동진東晉의 왕희지가 소흥紹興/绍兴 난정蘭亭에서 41명의 명사들과 어울린 난정수계蘭亭修契, 8세기 당唐나라 백거이를 중심으로 한 향산구로회香山九老會, 12세기 송宋나라 사마광을 중심으로 한 낙양기영회洛陽耆英會 등이 있..
'코로나 corona'와 '크라운 crown'은 같은 어원으로 왕이나 귀족들이 쓰는, 끝이 하늘로 올라가듯 뾰족하게 장식된 관을 말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 표면에 태양 코로나(해무리)를 연상시키는 돌기가 붙어 있어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었다. 멕시코와 러시아의 최고 인기 맥주들에도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는데, 그것은 맥주 거품이 마치 왕관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화려한 왕관은 지난 몇천 년 동안 유라시아의 사람들과 함께한 대표적인 제사장인 샤먼 shaman들이 쓰던 관에서 유래했다. 샤먼은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그들의 관에 표현된 사슴뿔이나 나무의 형상은 하늘과 맞닿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대륙은 물론 신대륙 전역..
◎고전 학문의 회복 중세 전성기에는 각급 교육기관에서 교육받는 인구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학문의 질 또한 향상되었다. 학문 수준이 향상된 것은 그리스의 지식을 다시 받아들이고 무슬림이 이룩한 지적 성과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서유럽인 가운데 그리스어나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에, 그리스어와 아랍어로 된 저작들은 라틴어로 번역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1140년 무렵 이전에는 라틴어 번역물이 극히 드물었다. 12세기 중반 이전에는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의 수많은 저작 가운데 논리학 저술 몇 권만 라틴어로 번역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12세기 중반부터 갑자기 번역 사업이 활발해졌고, 급기야 고대 그리스와 아랍의 과학 지식 대부분이 서유럽인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번역 작업이 ..
통계청에서는 해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에 맞추어 를 작성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2023년 통계는 2023년 9월 26일에 발표하였다. 고령자 통계는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관련 정부기관별 통계 특성에 따라 고령자 나이 기준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국가인권위원회의 의 고령자는 60세 이상이고,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OECD의 의 고령자는 66세 이상이다. ○고령인구 비중 2023년 현재 고령인구는 950만 명(남자 43.9%, 여자 56.1%)으로 전체 인구 5,156만 명의 18.4%를 차지하며, 작년인 2022년에 비해 고령인구는 48만 명, 고령인구 비율은 0.9%가 늘었다. 그리고 2023년 현재 남녀 전체 인구 중 성별 고령인구 비중은 남자 16...
어떤 사람은 선조宣祖를 조일전쟁(임진왜란)을 겪은 무능한 임금으로 평한다. 그러나 조선 후기 문인들은 선조 연간을 '목릉성세穆陵盛世'라며 그 문화적 성숙을 칭송하였다. 목릉은 선조의 능호다. 선조 시대에는 권율, 이순신 같은 장군은 물론이고 율곡 이이, 송강 정철, 우계 성혼, 서애 유성룡, 백사 이항복과 같은 문신 학자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문장에는 간이당 최립, 글씨에서 석봉 한호, 그림에서 양송당 김시, 탄은 이정, 그리고 학림정鶴林正 이경윤李慶胤(1545~1611)이 있었다. 남태응은 ≪청죽화사≫에서 학림정을 이렇게 평가했다. "학림정의 그림은 고담한 가운데 정취가 있고 고상하고 예스러움이 있으면서 색태色態(곱고 아름다운 자태 즉 섹시함 sexy)도 있다. 또 십분 세련되어 거칠거나 엉성한 데가 ..
○나병과 페스트 모든 전쟁은 대규모의 인원 이동이 필수적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많은 병사들이 싸우고 뒤엉키고 승패가 날 때까지 근접 지역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병사들이 나누는 것은 생사의 의지만이 아니다. 전염병도 적군과 아군 사이에, 또는 아군끼리 옮겨진다. 대규모 전쟁 후에는 살아 돌아온 병사들에 의해 모국에 전염병이 퍼져나간다. 중세 십자군 전쟁 이후에도 두 가지 전염병이 어김없이 발생했다. 첫째가 '나병癩病 leprosy'이다. 현재는 '한센병 Hansen's disease'이라 부르는 이 병은 서기전 600년 기록이 남아 있는 역사가 오래된 병으로 나병균(마이코박테리움 레프리 Mycobacterium leprae)이란 세균에 감염되어 발생한다. 원래 중세 서유럽의 작은 ..